내 다리는 오다리다. 오다리인 것을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관련 동영상을 찾아 보니 걷는 자세를 교정하면 나아질 수 있다고 한다. 그 영상에 나오는 사람들을 관찰하니 앞을 향해 다리를 살짝 벌린 자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의 지금 걷는 자세는 나 스스로 의도한 측면이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시절, 남자들이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은 건달처럼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거리를 다닌다는 점이었다. 남자, 더 정확히는 남성성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나에겐 꼴불견이었다. 자랑할 것 하나 없어 병신 같이 마초적인 흉내나 내고 있다니.
난 어릴 적부터 사회가 남자아이나 남성에게 부여하는 이미지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사회는 여성에게는 차분하고, 별 말 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잘 한다고 본 반면, 남성은 자신의 욕구 하나 통제하지 못하고 말성이나 일으키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인정 욕구가 강했던 나는 전자의 이미지를 선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자 아이들이 할 법한 성향과 성격, 모습, 자세를 따라하면 사람들로부터 예쁨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고 또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여성 모델 같이 걷겠다고 다짐했다. 스키 탈 때 브레이크 잡는 자세에서 다리를 펴고 사이를 줄인 무언가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이렇게 다니면 추구하던 모습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믿어서 일부로 이렇게 다녔다. 덕분에 지금과 같은 걷기 자세를 갖게 되었다. 생각과 다르게 바람 조금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멸치와 더 비슷해지긴 했지만.
돌이켜 보면 이런 인위적인 자세 교정(?)이 오다리를 만드는데 일조한 것 같다. 만약 내가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긍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러면 키도 좀 더 크고, 집에 처박혀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을 텐데.
그냥 이런 생각이 드니 씁쓸해져서, 이렇게 글을 남겨 보았다. 앞으로 차차 고쳐나가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