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열등감

어렸을 때 내 미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완만한 친구 관계와 이성 관계, 남부럽지 않은 외모와 성적을 갖고 싶었다. 따로 노력한 것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그리 성장하리라 믿었다. 크면 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적절한 순간 내 눈 앞에 데미안 같은 지도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꿈꾸었다.

지금 나는 그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안다. 올바른 길로 인도해줄 수 있는 지도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진실된 친구 하나 없어 처절하게 외롭다. 넓고 낯선 공간에 혼자 아무것도 없이 버려졌다. 진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바보가 된 느낌이다.

남들이 나보다 더 나은 사람에 대해 담소를 나누면 화가 치솟는다.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은 나여야 했다. 사람들은 나에 대해 칭송하고 부러워해야 마땅했다. 그런데 왜 정작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은 나인가? 내가 더 열등한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그건 지금도 그렇다. 나보다 공부를 더 성실하게 잘 하고, 좋은 대학을 가고, 연애를 하는 또래를 그토록 미워하면서, 동시에 그런 인간이 되고 싶어 환장한다. 노력 따윈 하지 않지만, 나에게 있었던 조그마한 가능성으로 자기 위로나 하면서 우울함에 심취한다.

우울함이 없었던 시절은 어땠는지 이젠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저 심해 속으로 조용히 침전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난 이제 그저 그런 사람이다. 자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우울이라도 포장해 동정을 사고 싶어하는, 죽을 용기조차 없는, 모든 것을 귀찮아 하는, 그런 한심한 사람.

죽을 만큼 수치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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